모과
모과
과일 망신은 모과가 시킨다, 란 말은 옛말인 것 같다.
아내와 함께 시장에 갔더니 못생긴 모과가 아니고 너무나 잘생긴 모과들이 과일가게마다 바구니 가득 담겨져서 주인 될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크고 작고를 떠나서 황금빛윤기가 자르르 흐르고 둥글둥글 매끈매끈한 몸매를 자랑하고 있는 모과들, 겉으로 보아서는 과일 중에 과일 같은 풍미가 느껴진다. 지금은 품종개량이 되어서 보기에 좋은 모과들이 많지만 옛날에는 못생긴 과일이 모과였던 것은 사실이다. 모과가 아무리 잘 생겼다 해도 다른 과일처럼 먹기에는 부담스러운 과일인 것만은 사실이다.
4개가 든 한 바구니에 만원이라고 했다. 옛날에는 모과나무 밑에 가면 떨어진 대로 버려진 것이 모과였는데 지금은 가격 또한 싼 가격은 아니다.
모과를 한 바구니 사가지고 왔다. 노오란 향기가 온 집안을 채우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모과는 생으로 먹을 수는 없지만 약용으로는 아주 좋은 과일이다.
옛날에 아내가 심한 기침으로 한 철을 고생한 적이 있었다. 병원을 여러 군데 다녀보았지만 좋아지지 않았는데, 마침 모과를 설탕에 재워둔 것이 있어서 모과즙을 아침저녁으로 작은 소주 컵에 반 컵 정도를 따라 먹게 했더니 한 열흘 만에 언제 그랬느냔 듯이 완쾌가 되었다.
모과즙을 다 먹고 남은 모과를 버리기가 아까워 소주를 부어놓았다가 몇 달이 지난 후 먹어보았더니 그 향기와 맛은 무어라 표현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좋은 술이 되어 있었다.
나는 평소 술을 잘 먹는 편은 아니다. 어쩌다 갈증이 나면 막걸리나 맥주 한 잔 정도를 마시는 편이고 어쩌다 친구들과 어울리면 몇 잔 마시는 정도다. 그런데 그 모과주는 식사 때마다 한 컵씩 마신 것이 바닥을 보고 버렸을 정도로 맛이 일품이었다. 내 입맛에는 세계 어느 명주보다 어떤 유명한 와인보다 좋은 술이란 생각이 들었다.
모과나무를 산에다 많이 심어서 모과와인을 생산한다면 아주 좋은 명주가 되어서 돈을 많이 벌 것 같다는 생각을 한 때 하기도 하였지만 실행력이 약한 나에게 그 건 몽상에 불과했다.
그 다음부터는 해마다 모과를 구하여 설탕에 재워두는 버릇이 생겼다. 겨울에 기침감기에 걸린 가족이 생기면 그 걸 꼭 먹게 하였다. 그러나 체질에 따라 효과가 없는 사람도 있는 것 같았다.
모과는 못생겼다고 천대받는 과일이었으나 그런 것은 염두에 두지 않고 남의 병을 고쳐주는 약용으로, 또는 방에 가져다 놓으면 온 집안에 좋은 향을 가득 채워줌으로 사랑을 베풀었다.
모과를 보고 있으면 이 세상사는 사람들 중에도 모과와 같은 사람이 많다는 것을 가끔 느끼기도 한다. 외모와 상관없이 좋은 향을 세상에 베풀어주는 모과가 얼마나 훌륭한 과일인가. 또 그와 같은 사람들 얼마나 훌륭한 인물인가 마음속으로 찬사를 보낸다, 모과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