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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픔의 대가

정하선 2014. 6. 15. 21:16

 

 

어설픔의 대가(代價)

 

 

 

 

 

김장을 하기 위해서 간수에 절인 배추를 씻는다고 아이들이 나가기에 나도 뒷일이라도 거들어줄까 하고 함께 마당으로 나갔다.

우리 집은 아이들이 함께 모여서 김장을 한다.

아들집이 두 집, 딸집이 두 집, 우리까지 해서 다섯 집 김장을 해마다 함께 한다.

배추만 80포기에서 100포기 정도를 한다.

아이들이 극구 말리는 것을 나도 젊은 여자들과 함께 있는 것이 좋다고 웃음으로 대신하고 배추 씻는데 물을 돌보아 주었다.

소금에 절여져서 큰 통 세 개에 가득 담겨 있는 배추를 한 포기씩 건져서 다시 큰 통 하나에 채워진 물에 한 벌 씻고, 다시 그 씻은 배추를 좀 더 작은 통 세 개를 놓고 돌려가면서 총 세 번을 씻는 순으로 작업진행을 하였다.

다행이 어제 오늘 날씨는 포근하다. 날씨만 포근해도 한 부조해주는 것 같다.

배추를 씻어가다 겉잎 떨어진 찌꺼기들이 물에 많이 뜨면 그걸 건져내는 작업을 하면서 배추 씻는 작업을 진행하였다. 좀 작은 통은 큰 바구니에 물을 부어 배추 겉잎찌꺼기를 바쳐내었다.

 

그 때 물통을 부을 때 애들이 혼자 붓기에 힘든 작업이기에 내가 함께 거들어주었다.

아이들은 장화를 신고 긴 비닐앞치마를 입었는데, 나는 마땅히 맞는 장화가 없어 헌 구두와 바지를 입고 있었다. 물이 바지나 신에 젖을까봐 엉덩이를 엉거주춤 뒤로 빼고 조금 떨어진 거리에 서서 물통을 잡고 거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물통을 잡고 들어 올리는 순간 물통이 밀려나면서 그 물통을 잡고 있던 나도 상체가 딸려가면서 함께 미끄러지는데 그 때 갑자기 허벅지가 터지는 듯한 통증이 느껴지면서 그대로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걱정하는 아이들에게 괜찮다고 말을 하고 다리를 몇 번씩 좌우로 돌려보았으나 별로 좋아지지 않았다.

 

일요일이라 문을 연 병원이 없어서 병원에 갈 수도 없었다. 다행이 근처에 일 년 내내 문을 여는 약국이 있어서 그 약국에 들러 얘기를 했더니 근육통약과 근육이완제 이틀 치를 주면서 먹어보고 낫지 않으면 병원으로 가보라고 하였다. 근육파열일 수도 있다면서, 그 약사도 옛날에 그런 일이 있었는데 상당히 오랜 기간 치료를 했다고 덧붙인 말을 해주었다. 주로 운동선수들이 갑자기 힘을 많이 모아쓸 때 오는 증상이라고 했다.

 

뒷날이 되어도 증상은 좋아지지 않았다. 정형외과에 갔더니 근육파열이라 했다. 다리에는 온통 파란 멍이 나앉아 있었다. 빨리 왔기에 일이 주 정도 치료를 하면 좋아질 수도 있지만 상당히 오랜 기간 치료를 하여야 하는 증상이라고 하였다. 역시 의사도 운동선수들에게 많이 오는 증상인데 6개월 정도 쉬어야 좋아지는 증상이라고 하였다.

주사와 약 처방을 하고, 물리치료를 받고,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앉아 있어야 한다고 주의를 주었다.

 

매일 주사 맞고, 약 먹고, 물리치료하면서 이 주를 치료했더니 많이 좋아져서 거의 완쾌가 된 것도 같지만 그래도 아직 다 좋아지지는 않은 것 같다.

 

그 때 나도 장화를 신고 비닐 앞치마 두르고 가까이 붙어 서서 거들었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인데 하는 후회가 생겼으나 그 건 이미 엎질러진 물인데 무슨 소용이겠는가.

뒤돌아보면 세상을 살아오면서 어설프게 일을 하다 잘 못되어 후회를 한 일이 수도 없이 많았던 것 같다.

일을 어설프게 하면 그 대가가 꼭 따라온다는 것을 이번에 큰 고통으로 느꼈지만 다음에 또 어떨지.

경험이 제일 좋은 교과서이지만 자주 잊어먹고 마는 나쁜 내 머리.

경험만 하다 끝나는 것이 인생인가 하는 씁쓸한 마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