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먹는 것이 아니다
나이는 먹는 것이 아니다
나이는 먹는 것이 아니고
채워가는 것이다.
원로연극배우 박정자선생님이 한 말을 듣고
나이에 대하여 생각을 다시 하여보며 부연을 붙인다.
태어나서 이십 세까지 철없을 때,
내 힘이 아니고 부모님의 힘으로 내가 밥을 먹고, 뼈가 자라고 살이 붙고, 기본이 자라고 정신이 푸른색으로 점점 짙어졌을 때, 그 때는 나이도 먹으면서 자랐으리라.
스무 살부터 마흔 살까지 그 때는 나이를 먹으면서 나이를 채우기 위한 기본을 다지는 시기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살과 뼈가 단단해지는 시기, 꽃을 피우기 시작하고 열매를 맺기 시작하는 시기, 세상을 살아가는 기본지식의 밥을 먹고 그 지식을 바닥에 깔아 내 평생 살아가는 방식과 정신의 밑바닥을 채우던 시기가 바로 이 시기가 아니었던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마흔을 넘으면서부터는 나이를 먹는 것이 아니고 채워가는 시기가 되었을 것이다. 여태까지는 나이를 먹어왔지만 이때부터는 나이를 채워가야 하는 시기의 전환점이 되는 시기가 되었을 것이다. 여태까지 먹어온 나이를 기본 틀로, 그릇으로, 거푸집으로 생각하고 거기에 나이를 채워가야 하는 그런 시기가 이때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푸른 과일이 과일의 형태를 갖추는 시기, 그러나 치밀한 과육과 맛과 향이 아직 덜 차있는, 한 여름 같은 시기가 바로 이 시기가 아니었는가 하는 생각을 접붙이며 뒤돌아본다.
마흔부터 쉰, 예순까지는 과일이 과육을 치열하게 채우듯, 모든 나이를 속으로 다져 채워가는 시기가 이때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되새김질 해본다.
예순이 넘으면서부터는 더욱 부드럽고 달고 향기로움으로 나이를 채워가야 하는 노력을 하여야할 것이다. 칠십이 되고 팔십이 되고 구십이 되고, 나이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얼굴에 주름은 늘어날지라도 그 몸에서는 더욱 성숙된 맛과 향이 주위에 은은히 퍼지는 그런 사람이 되도록 노력을 해야 하는 사람이 되는 시기, 향기롭고 곱게 나이를 채워간다면 그 채움이 인간이 인간 세상에 왔다간 좋은 흔적이 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하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