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을 해야 하는 이유
“안녕하세요.”
s님이 인사를 하는데 화장을 한 얼굴이다.
“어머, 오늘 화장을 하셨네요.”
같이 근무하는 동료직원이 s님을 쳐다보며 한 말이다.
“예, 오늘 학교강의 나가요. 강의 나가면서 맨얼굴로 나갈 수 없어서요. 보는 사람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니까요.”
나도 몇 년째 그 분을 보았지만 화장을 한 얼굴은 오늘 처음 본 것 같다.
나도 한마디 도왔다.
“화장을 하니까 예쁜 얼굴이 더 예쁜데요.”
“그래요, 감사합니다.”
나 역시 평생 비누세수도 하지 않는 편이었다. 목욕 때 어쩌다 비누를 쓰기는 하지만, 그러다 보니 이발소에 가서 이발을 할 때 얼굴에 발라주는 스킨이나 로션이 내 화장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천성적으로 게을러서 이발은 두어 달 만에 겨우 한 번 하니까 그 마저도 두어 달 만에 한 번 바르는 정도였다.
이제 나이 먹어가면서부터는 얼굴에 스킨이나 로션을 바르는 날이 많아졌다.
유치원을 가거나 예식장에 일을 나가면서 맨얼굴로 간다면 남에게 폐를 줄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습관을 바꾸면서 부터다.
나이 먹어갈수록 목욕을 자주 해야 한다고 한다. 목욕하는 것도 습관인가 보다. 아침마다 샤워하는 버릇을 들였더니 습관이 되어서 이제는 아침에 샤워를 하지 않으면 이상하다.
단, 주민센타에 스포츠댄스를 배우려가는 날은 샤워만 하고 아무것도 바르지 않는다.
얼굴에 땀을 많이 흘리는 나는 향이 나는 것을 바를 경우 댄스파트너인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겨울에는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지만 여름에는 땀이 많이 나서 땀 냄새가 나는데다 향이 나는 것을 몸에 바르거나 뿌리면 땀 냄새에다 그 향까지 더해서 악취로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준다는 말을 들은 일이 있어서다.
때문에 샤워하고 옷 갈아입고 가는 것이 전부다.
나를 가꾸는 것은 나를 위해서 나를 가꾸는 것이 아니고 남을 배려해서 나를 가꿔야 한다고 생각을 한다.
그 결과는 나에게 돌아오는 나를 위한 길이 되기 때문이다.
누구와 함께 간단히 밥을 한 끼 먹으려 갈일이 생겨도 예전에는 생활하던 그대로 갔었지만 나이 먹어가면서는 상대방에게 누가 될까봐서 최대한 옷을 갈아입고 매무새를 대충 다듬고 간다.
젊었을 때는 젊음 그 자체가 아름다움이기 때문에 아무렇게나 하고 다녀도 아름답지만 나이 먹어가면서는 좀 다르다. 깨끗이 한다고 해도 어딘가 노인 냄새가 나기 마련이다. 나를 위해서 나를 가꾸는 것이 아니라도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에서 나를 가꾸어야 한다. 남이 편안하라고 웃어주는 내 얼굴의 웃음이 결국은 나에게 웃음으로 돌아온다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생각한다.
여태까지 화장을 하는 것은 내 얼굴 예쁘게 보이려고 하는 치장인줄 알았다. 하지만 요사이는 화장을 하는 것은 남을 위한 배려라는 것을 느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