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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수와 원수

정하선 2014. 6. 16. 07:36

 

웬수와 원수

 

 

 

 

아이고 저놈의 웬수 같은 새끼.

아이고 저놈의 웬수 같은 영감.

저 웬수 같은 마누라.

우리가 흔히 들어보는 말이다.

너무나 많이 듣고 살아와서 아무렇지도 않는 말이다.

그렇다, 웬수라는 말은 아무렇지도 않는 말이다.

 

 

 

국어사전을 찾아보았더니

원수는 자기 또는 자기나라에 해를 끼친 사람

원한의 대상이 되는 것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

회피하려야 할 수 없는 경우에 다다른다.

남에게 악한 일을 하면 그 죄를 받을 때가 반드시 온다.

라고 되어있다.

웬수를 찾아보았더니 내가 가지고 있는 국어사전에는 웬수라는 단어가 나오지 안하서 인터넷을 뒤졌더니 원수의 경기, 경상, 전라도의 방언이라고 사전적 의미가 되어있었다.

웬수라는 말은 원수라는 말과 같은 말이다, 라는 뜻이 될 것이다.

 

 

원수는 원한이 있는 사람, 죽여야 할 사람. 복수의 대상자. 등등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한상에서 함께 밥을 먹고 한 이불 속에서 함께 잠을 자는 영감이나 마누라, 내 뱃속에서 나오는 귀한 자식이 말 좀 안 듣는다고 죽여야 할, 복수의 대상인 원수란 말인가, 그건 아닐 것이다.

그래서 나는 웬수와 원수는 다르다는 말을 하고 싶다.

 

 

웬수는 마치 우리가 부르는 애칭 같은 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애증의 말이 녹아있는, 사랑하지만 순간 조금 미운면도 있고 짠한 면도 있는 말, 이 말이 바로 웬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말을 웬수라고 말하지 않고 원수라고 해보자, 정말 그것은 큰일 날 소리가 될 것이다.

듣는 사람도 섬뜩할 것이다.

원수라는 말은 날이 시퍼런 칼 같은 말이지만, 웬수라는 말은 두껍고 무딘 장난감 칼 같아서 가지고 놀아도 상처 나지 않는 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장난감 칼 같은 말로 부부싸움을 하고, 아이들을 나무랄 때 쓰고.

그래서 웬수라는 말은 원수라는 말과는 엄연히 다르다고 나는 말을 하고 싶고 국어사전에도 웬수라는 말을 다르게 표현하여 써야 할 것이다.

이런 장난감 칼 같은 말을 평생 가지고 노는 우리의 어머니나 아버지는 순진무구한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다.

웬수라는 말은 우리말 중에서도 재미가 있고 정이 가는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머니나 아버지의 채취가 물씬 풍겨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