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동백꽃 향기
공원을 지나는데 꽃향기가 코를 상큼하게 건드렸다.
주위를 둘러보니 쪽동백꽃이 활짝 피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평소 무심히 지나다녀서 느끼지 못하였는데 코에 진한 향기가 스며들면서 비로소 바라본 것이다.
주렁주렁 매달려있는 작은 등 같은 꽃들이 아름답다.
그럴 때가 가끔 있다.
라일락이 피는 줄 모르고 길을 가다 향기에 눈을 돌려보면 라일락이 꽃을 피우기 시작하고 있음을 볼 때도 있다.
일 년에 한 번씩은 경험을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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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시아꽃 향기가 코에 스며들어 쳐다보면 커다란 나무에 아카시아꽃이 만발하고 벌들이 윙윙거리는 오월 중순이다.
어떤 때는 쥐똥나무꽃이, 또 어떤 때는 찔레꽃이 향기로 나의 눈을 유혹할 때도 더러 있다.
기억의 저편, 뒤를 돌아보면 향기 때문에 사물을 보는 일이 많이도 있었다.
향, 벌과 나비 등 매개 충을 유혹하기 위한 종족보존의 본능적 목적이 나를 유혹한 것이다.
마치 나에게, 당신도 향기를 내뿜어 사랑을 하세요, 하는 듯이 말이다.
오늘 아침 벌·나비가 아닌 나를 유혹한 쪽동백꽃의 향기.
핸드폰을 커내서 그 꽃을 핸드폰 사진 속으로 넣으면서 보니 벌들이 부지런히 꽃과 꿀 같은 사랑을 나누고 있음이 보였다.
며칠간 이제 그 앞을 지나면서 쪽동백꽃을 볼 것이다. 꽃향기에 젖으면서 오월의 한 때를 향기롭게 보낼 수 있는 행복을 맛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