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얻어먹는 사람, 대접받는 사람

정하선 2014. 6. 16. 07:57

 

 

 

 

얻어먹는 사람, 대접받는 사람

 

 

 

우리들은 일상에서 흔히 쓰는 말로 오늘 저녁 잘 얻어먹었다.

오늘 술 잘 얻어먹었다. 또는 커피 잘 얻어마셨다, 하는 말들을 많이 쓴다.

 

 

누군가가 음식을 주어서 먹으면 우리들은 흔히 잘 얻어먹었다고 한다.

이 말은 시골 살 때도 도시 살 때도, 어렸을 때도 어른이 돼서도, 옛날에도 시대가 많이 변한 지금도 변함없이 듣는 말이다.

 

 

시골서 살 때의 일이다.

마을 분의 생일날 음식대접을 받고 나오면서 ‘오늘 아침 잘 얻어먹었다’고 한 친구가 말을 하였다.

앞서 가시던 마을 어른 한 분이 뒤를 돌아보시며 ‘얻어먹었다고 하지 말고 대접받았다고 하시게, 얻어먹는 것은 동냥아치가 손 벌리고 달라고 해서 얻어먹는 것이 얻어먹는 것 아닌가, 생일날 오시라고해서 음식을 대접해 준 것을 먹었으니 음식대접을 잘 받았다고 해야 맞는 말이 아닌가‘ 하는 말을 들었다.

그 다음부터는 얻어먹었다는 말보다는 대접을 받았다는 말을 의식적으로 쓰려고 노력하고 있어도 몸에 배지 않아서 얻어먹었다는 말이 더 잘 나온다.

 

 

혹 어른이 주신 음식을 받아먹은 뒤에 대접받았다고 하면 어른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어른에게서 얻어먹었다는 말보다는 어른에게서 대접을 받았다는 말이 어쩜 더 좋은 말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 부분은 내 생각으로는 어떤 표현이 더 좋을 지 아직 가닥을 잡지 못한 말이다.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더 생각을 해보고 다른 분의 의견을 듣고 고쳐나가야 할 부분인 것 같다. 어른이 주셔서 잘 먹었다고 하면 무난할 것이란 생각도 함께 해본다.

 

 

집 없는 노숙자들에게 밥을 나누어주는 곳이 많다.

노숙자들은 밥을 대접받았다고 하기보다는 밥을 얻어먹었다고 하는 분들이 많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 역시 음식을 대접받았다고 하는 말을 사용하는 것이 맞는 말이고 더 좋은 말이 될 것이다.

주시는 분들 역시 대접해 드렸다고 하는 말을 많이 쓸 것이다. 이에 걸 맞는 말이 대접을 받았다는 말이 될 것이다.

 

 

연하의 사람에게서 대접을 받았을 때는 말할 것도 없지만 친구나 같은 연배, 또는 나이가 조금 많은 사람에게서 음식을 대접받았을 적에는 잘 얻어먹었다는 말 보다는 대접을 잘 받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얻어먹었다고 하는 말을 쓰는 사람은 자기 스스로가 자기인격을 비하하는 말이 될 것이다.

대접을 받았다고 하는 말을 쓰는 사람은 자기 스스로가 자기인격을 높이는, 자기 인격에 예를 다하여 대접을 해드리는 말이 될 것이다.

얻어먹는 사람이 되는 것 보다는 대접받은 사람이 되는 것이 더 좋지 않겠는가.

 

 

 

우리말에 어 다르고 아 다르다는 말이 있다. 뜻이나 어감이 좋지 않은 말보다는 뜻이나 어감이 좋은 말을, 더 아름다운 말 더 품위가 있는 말을 쓰려고 애쓰는 습관을 길들이는 것 또한 인격을 높여가는 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