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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자레아

정하선 2015. 2. 6. 21:08

아자레아

         정하선

 

훔쳐왔습니다

공원에 죽은 나무처럼 앉아 있다가

아자레아 꽃잎 한 주머니

 

훔쳐오면

안 되는 일인 줄 알면서도

훔쳐오고 말았습니다, 나도 모르게

 

어제 저녁 꿈에 오신 분

오늘 저녁 또 오시면

주머니 가득 넣어드리려고

 

날마다 바뀌는 세상살이

행여나 기억 놓쳐

다시 못 오실까 봐

 

꿈에 넣어드린 그 꽃잎

표시 삼아 가시는 길

드문드문 놓았다가

 

오실 때는 그 길 따라

찾아오시라고

매일 저녁 찾아오시라고

 

훔쳐왔습니다 훔쳐서는

안 되는 일인 줄 알면서도

아자레아 꽃잎 한 주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