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재회 1 .2

정하선 2015. 2. 12. 08:21

재회 1

          정하선

 

할머니가 오시지 않으셨다

매일이다시피 오시던

채소나 생선이나 반찬거리 조금씩 사가시던,

이제 죽을 날 가까웠는데 재산이 뭐 쓸데 있냐고

밤잠 줄여 장사해 모은 재산

소년소녀가장들에게 주어버리고

양로원에서 먹고 자고 사신다던,

아무 염려 없이 편하게 살고 계신다던,

할머니가 돌아가셨단다, 3월 8일 날

오늘은 화장을 하여 같이 사시던 할머니들이

임진강에 뿌려주고 오셨단다

이마에 주름은 첩첩이 넘어온 산골처럼

옛날을 차곡차곡 그리고 있어도

눈에는 항상 잔잔한 호수처럼 맑은 미소를 띠우고

평소 아무 말씀도 없으셨던 할머니가

꿈에 내 꿈에 3·8선 넘어 어느 집 앞에서

모아두었던 말들 들꽃으로 흐드러지게 피워놓고

가족들과 만나 서로 얼싸안고 있는 모습

 

    재회 2

 

이제는 찾을 만도 한데

이제는 만날 만도 한데

너는 뒤안 갈대숲에 숨고

나는 뜰 앞 감나무 뒤에 숨고

머리카락 보일까봐 꼭꼭 숨고

행여나 아주 못 찾을까봐

헛기침하여 인기척도 했는데

그 사이 늑대가 지나갔는가

찾을 수 없어

아주 찾을 수 없어

슬며시 불러도 보고

소리쳐 불러도 보고

머리가 세어지도록

발을 동동 구르며 불러도 보고

아직도 너의 체온이 남아있는데

이제는 찾을 만도 한데

머리카락 아직도 보이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