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하선 2015. 2. 13. 21:13

 

단감

       정하선

 

틀림없이 떫은 감일 거야

모양은 저래도

이사 온 첫해 가을

 

검으면서도 달디 단 육질

사근사근한 바람기들이

나의 혀를 유혹했다

 

1월 평균 기온 영하5C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곳

따뜻한 남해안에서만 산다는 단감나무가

여기에도 있다니

 

딱딱하게 굳은 내 관념의 껍질을 벗겨준

추상적인 내 사고의 몸통을

구체적으로 쪼개는 방법을 알려준

 

해 설핏하면 귀를 베어가는 바람이

옷섶을 풀어헤치고 따뜻한 삶을 가로막는

서울의 아파트 앞에 당당히

 

내 키 두 질도 훨씬 넘게 자라 가지와 의지를 힘차게 뻗어

잘 익은 열매를 매달아 등 따뜻한 가을을

표현하고 있는

 

단감이 익어가는 남쪽은 어디에나 있다는 걸

참새 몇 마리 고개를 까닥 거린다

윤기 흐르는 나뭇잎 사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