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하선 2015. 2. 13. 21:14

  마부

            정하선

경주를 한다

희로애락을 짐 꾸려

생노병사 네 마리 말이 끄는 수레에 싣고

 

운명을 넣은 종지를

손바닥 덮어 감싸 쥐고

해에 한 번 두들겨 옆으로 흔들고

달에 한 번 두들겨 옆으로 흔들고

푸른 하늘에 한 번 더 두들겨 옆으로 흔들어

하느님도 비리 없음을 표현하고

하느님도 종지 속 알 수 없을 때

내가 탄 말이 갈 여정을 점지해 주는

괘가 든 네 조각 나무토막을 이 땅에 던진다

 

내가 가는 길 모를 내려주기를 바라지만

하느님도 모든 사람에게 모를 주고 싶겠지만

눈이 감기도록 웃으며 나타나는 모나

이빨 하얗게 쏟아지도록 웃으며 나타나는 윳은

항상 내 것이 아니고

이빨 서넛 살짝 드러내고 웃는 걸이라도 바랐지만

나에겐 항상 도나 개뿐

 

이 길거리에서 내가 휘두를 수 있는

고비와 채찍을 파는 가게를 찾기는

더더욱 어렵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