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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민심서를 읽으며
정하선
2015. 2. 20. 07:56
목민심서를 읽으며
정하선
좁은 방에 앉아
먼지들이 읽다둔 책을 찾아 읽노라면
달밤에 살고 있는 혼들이
온갖 미물 풀벌레 되어
자유롭게 제각각 하고 싶은 말들
문창살 사이로 들려주고 있다
안개가 낮게 끼면 찻잎을 따고
햇살이 높이 올라
물 위에 한 주먹씩 사금을 뿌리면
용포자락 금박 위에
소리 없는 눈물을 읽는다
돌아갈 날들이 선연히
보일 것만 같아도 보이지 않는 날마다
책 속에 쟁기를 깊이 꽂아
옥토를 만드는 꿈을 펼치던
기름지고 기름진 들판 되어
저렇게 널려있어도
또다시 산성비 내리는 이 땅에
님 의 뜻 지워지고 지워져
이 밤 나의 머리맡에
한 사발 떠놓은 냉수보다 얕아졌어도
갈증 풀어줄 정겨움으로 찾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