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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세탁기
정하선
2015. 3. 8. 09:12
자동세탁기
정하선
옷을 벗지 않고 입은 채
그대로 한 바퀴 돌기만 하면
한계령 턱 밑 용소폭포가 흰 거품 풀어 찌든 때를 일단 빼주고, 오색약수터의 약수물이 속 때까지 지워내면, 동해로 흐르는 설악의 물이 두어 번 헹구어서, 덕장일 없어 놀던 바람 달려와 거들어 백사장에 하루쯤 눈처럼 희게 바래어놓으면, 별들이 밤새워 작은 입술로 뿜어준 이슬 안으로 안으로 스며 반짝이도록 정동진 앞바다에 떠오르는 붉은 해가 구름 지난 길 주름 한 점 없이 다림질하여, 칠 부 능선 타고 온 오엽송 솔 향을 은은히 뿌려주면 누가 맡아도 그 향에 취할 무렵 대관령고개를 넘어 나오면
옆 사람 옷까지 맑은 솔 향이 스미고
한 일 년쯤 다시 세탁하지 않아도 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