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횟집 -낙지-

정하선 2015. 3. 12. 21:23

    횟집

                 - 낙지-

                               정하선

 

지금은

최고의 접대를 받고 있다

 

서당에서 들려오는 글 읽는 소리

낮이나 밤이나

쉬지 않았다

뻘밭에 흩어진 글자들을 주어먹었다

머리가 커졌다

먹물을 먹으면 먹을수록

머리가 커졌다

머리가 커지면 커질수록

몸을 숨겼다

손 마디마디 숨어있는

빨대를 뻗어

피를 빨았다

가끔가다 힘이 겨우면

먹물을 뒤집어 씌웠다

머리와 손아귀만 비대해졌다

가슴은 점점 없어졌다

서당에서 들려왔던 글자들 다 도망갔다

뻘만 남았다 먹물만 남았다

 

납작 엎드린 광어가 찾아와

이르기를

몸조심 하세요

산채로 난도질당할

개혁이 올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믿지 않았다

 

지금은

최고의 영예를 누리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