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하선 2015. 12. 9. 08:13

반찬

              -똥 8-

                        정하선

 

 

불고기로 상위에서 뜨거운 대접을 받았다 해도

푸성귀로 상위에서 푸대접을 받았다 해도

양푼 가득 상위에서 넉넉함을 과시했다 해도

있는 듯 없는 듯 그 틈에 끼인 간장종지였다 해도

뱃속 거치고 나면

우린 모두 다 같은 똥 덩어리 하나인 걸

저 잘났다고 어깨 세우고 거들먹거리는 놈

푸성귀에 싸야 고기도 맛을 내는데

양푼에 비빔밥도 참기름 한 방울이 있어야

 

정하선시집 -무지개창살이 있는 감옥(예지북스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