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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간에서
정하선
2016. 1. 10. 09:57
대장간에서
정하선
이 빠지고 몸은 무디어졌어도 일터에 나가고 싶은 간절함은 아직 강철 같은 낫이나 호미를 위해서 해야 할 일은 그들에게 새로운 용기와 각오를 가지게끔 동기를 부여하여야 한다 .
헛간구석이나 마당 갓이나 쓰레기장이나 고물상이나 기억의 가장자리에 버려져 있는 대로 못 본척하면 완전히 녹슬고 삭아져서 그들이 평생 터득한 지혜와 경륜을 잃어버리거나 영원히 사장시키고 말 것
활활 타오르는 참숯불에 버석버석한 시간의 녹을 태워내고 포기한 희망에 다시 날카로운 용기를 불어넣는 풀무질을 하여야 한다.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마음과 몸에 불붙여 옛날처럼 적당히 날을 세워주고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나는 그들을 위해 너무나 센 물도 아닌 너무나 약한 물도 아닌 물에 담금질 하는 재충전의 과정을 부여하여야 한다. 손에 알맞은 손잡이를 끼워 넣어주어야 한다.
작물이 자라는 논밭이 그들이 일하기 제일 좋은 곳이긴 하지만 밭두렁이면 또 어떠랴 적당한 위치를 잡아주고 영혼이 날개 달아 하늘 높이 날아오를 때까지, 그들의 이름과 노고를 기억하고 껴안아주어야 한다.
정하선시집- 무지개창살이 있는 감옥 (에지북스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