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하선 2016. 1. 16. 08:18

 

   노인

 

              정하선

 

 

담벼락 타고 오다 꺾어진 곳

허물어진 담벼락 밑에

辛라면 박스조각 찢어 깔고

앉아서 졸고 있는 노인

때 묻은 비단바지

포개어 앉은 양반자세

 

길모퉁이 돌아오는 사람

길모퉁이 돌아가는 사람

꼭꼭 숨기고 오가는 운명까지

흘러내리는 돋보기 너머로

훤히 살펴보면서도

돋보기 안에 든 인생은 모르고

 

손 때 묻어 구겨진

책장을 펼치면

또 떨어질 것 같다

바람만 불어도 담벼락 돌 한 장

가랑잎 아래 돋보기 하나

가랑잎 아래 노인

정하선시집 -무지개창살이 있은 감옥(예지북스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