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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초야 외 2편-시집< 재회>에서

정하선 2020. 3. 2. 21:32

초야

            외 2편

                                    정하선

 

 

너와의 인연을 시침질하며

평생을 미여지지 않도록

옷 한 벌 지어 입자

마음속 깊이 두 손 모았더니

삼월이 눈치 채고 찾아와

하늘의 초승달을 뽑아다

꽃내음 합사로 꿰어서

촘촘히 덧박아 주시네

 

 

재회

 

 

어젯밤 꿈속에 만났던 사람

어젯밤 꿈속에 날 찾아올 때

소리 안 나게 내 방문 열었을 열쇠를

내 새벽잠 깨는 바람에 황급히 떠나다

혹시나 잊고 가지나 않았나

 

오늘은 온종일 방안을 뒤적거린다

 

 

가을밤

 

 

윗고을 푸른 동네

달빛 도배사 불러다

내 방 도배 맡겼더니

온통 새하얀 천으로

도배를 해놓았네

도배 솜씨 소문나

도배지 떨어져

행여 달빛 속치마 벗어

내 방 도배 했나 살펴보아도

그건 알 수 없고

귀뚜라미 줄 고르는 소리만

벽지에 살며시 묻혀놓았는지

베갯잇에 떨어져 구르네

꿈 속길 구슬 길 구르네

또르르 또르르 똘또르르

또르르 또르르 똘또르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