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詩 시묘살이 , 12월에 쓰는 시 .
정하선
2020. 4. 8. 20:52
시묘 살이
외 1편
정하선
우편함에
신문과 눈송이가 꽂혀 있다
밤새워
먼 길 걸어온 눈
신문사절이라 적어붙인 쪽지 밑에
어제를 가득 새겨 넣은
증면된 석간신문
역사의 묘비명
소복 입고 먼 길 찾아온 하얀 발길
살 비비며 살 비비며
밤 새워
무슨 말 나누었을까
우유배달 아줌마는
눈을 털어버리고
석간신문만 빼어 건네주었다
12월에 쓰는 시
1월에는 시를 쓰지 맙시다
눈보다 더 깨끗하고 눈부신 말이 있겠어요
봄에는 시를 쓰지 맙시다
꽃보다 더 곱고 고운 말이 어디 있겠어요
여름에는 시를 쓰지 맙시다
푸르름보다 더 큰 아우성이 어디 있겠어요
가을에는 시를 쓰지 맙시다
추석달보다 더 영글은 말이 어디 있겠어요
밤에는 시를 씁시다
12월 밤 12시에는 시를 씁시다
은하수 강 언덕에 시의 씨를 뿌립시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내내 싹이 트도록
정하선 시집 (재회-월간문학사_)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