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詩 배첨. 허수아비. 귀가.

정하선 2020. 4. 14. 20:54

   배첩 [褙貼]

                    외 2편

 

                                정하선

 

 

 

아직 일러 문 열지 않은 고물상 앞

고물 가득 실은 리어카 옆

중년의 남자 하나 서있다 검은 외투를 입은

외투 속 가슴속에 머리 하나 더 보였다

함께 고물을 주워 모으고 리어카를 끌며 밀며 왔을

찌그러진 작은 불평들 부서진 꿈 조각들 녹 슬은 추억들

두 사람 생도 저렇게 함께 얹어 끌며 밀며 왔을 것이다

흘렸던 땀 식고 와싹 추위가 덤벼들 때

둘의 마음이 동시에 입을 열었을 것이다

서로의 가슴에 서로의 가슴을 묻자고

서로의 날개 죽지 속에 서로의 부리를 묻고

한겨울 이기는 전설속 새처럼

추위는 아직도 살을 애이는데

눈발이 희끗거리는 희뿌연 아침

가로등이 비춰주는 동그란 불빛에

하늘에서 내린 눈발들 안개꽃으로 보였다

안개꽃다발이 하트 하나 싸안고 있었다

나는 오래된 풀로 그 그림을 배접하고 싶었다

 

 

 

주 ; 배첩:정희승 [별자리못 전설]선우미디어2008 156p만남

십년을 묵힌 풀로 배접을 하여 표구를 하여야

좀이 슬지 않고 그 수명이 천년을 간다는

 

 

       정하선 시집 (한온백션_ 월간문학사) 중에서

 

 

     허수아비

 

 

 

만약에

다음 선거

너 출마하면

난 널 꼭 찍을게.

 

 

 

    귀가

 

 

 

소 몰고

오는 농부

바지게 가득

보드란 풀 한 짐.

 

 

 

정하선 민조시집 (석간송석간수_한국문학세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