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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어떤 건축가
정하선
2020. 6. 2. 14:35
어떤 건축가
외 2편
정하선
예복을 입고 집을 짓는, 그는
한 평생 한 채의 집을 짓는다는, 그는
애정의 질긴 지푸라기 수사 섞어
금가지 않을 찰진 사랑 흙 버무려
물어다 한 모금 놓고 또 한 모금 놓고
바람도 약간 늘어뜨려 놓고
가슴 털 뽑아 보금자리 만들어
멀리 해외여행을 떠나도
문을 열어두고 떠나는, 그는
문을 잠그는 일은, 도둑이
집을 부수는 일이란 걸 터득하였을까
마음 안에 마음 사랑 안에 사랑을
다짐하여 포개어 넣듯,
집안에 집을 짓는, 그는
오늘 외출하였을까 집에 있을까
허공을 향해 항상 열려있는 문
정하선 시집(한 오백년) 중에서
살찐 고양이
살이 찐
암 고양이
마른 멸치를
훔쳐 도망친다.
꽃과 열매
사과는
꽃이 작고
장미 열매 는
볼품이 없다네.
정하선 민조시집 (석간송 석간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