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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두루미

정하선 2020. 6. 30. 12:42

두루미

               외 2편

                            정하선

 

두루미 한 마리

박꽃 핀 지붕 위

하늘을 한 바퀴 돌아

 

시국에 아들 잃은 할머니, 손자를, 어쩌다 대 이을 손자를, 품속에 캥거루 같이 품고 다니던 손자를, 깜박 눈 밖에 두고 급한 마음, 손자 찾아 아들이 잘 가던 번강 하구언 갯벌에, 두루미 놀고 있는 갯벌에, 두루미 떼 아이들로 보여, 현아아 이름 부르면 두루민 저만큼 날아가고, 현아아 이름 부르면 두루민 저만큼 날아가고, 한나절을 손자 찾다 지쳐서 집에 오신 할머니, 소꿉놀이 꿈꾸며 방에서 낮잠 자고 있는 네 살짜리 손자 보며 아이고 내 새끼 여기 있었구나, 하고 쓰러지셨는데

그날 저녁 달빛 밝은 저녁, 초혼하는 겉옷이 두루미 한 마리로 날아올라 박꽃 위로 날아올라,

 

 

 

하늘을 달빛 하얀 하늘을

날갯짓도 천천히 한 바퀴 돌아

멀리 날아갔다

 

 

 

 

 

정하선 시집 (한 오백년) 중에서

 

 

 

 

 

 

 

 

 

하늘의

고전에서

캐낸 활자를

땅에 파종하네.

 

 

 

 

오래된

냉동 새우

고층 아파트

창문 열고 버린.

 

정하선 민조시집 (석간송 석간수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