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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철 단상 2

정하선 2020. 8. 17. 09:50

 

김장철 단상(斷想) 2

                                  정하선



 

올해 배추가 풍작이란다.

농촌에서는 배추 가격이 쌀뿐만 아니라 판로가 없어서 판매를 포기하고 갈아엎는다고 방송에서 몇 차례 보도가 되었다.

작년에 배추 값이 비싸서 배추 재배 농민들이 재미를 보자, 올해는 너도나도 배추 재배에 뛰어들어 많이 심은 데다 기후조건까지 좋아 배추가 적정량보다 더 많은 양이 생산되어 물량이 남아돈다고 한다.



시장에 가면 배추 한 포기에 3000원 안팎을 주어야 살 수 있다. 산지에서는 500원도 못 받는다고 하는 보도를 보았는데 어쩐 일일까. 장사꾼이 폭리를 취하는 것일까, 아니면 운송비, 상하차비가 많이 드는 것일까, 아무리 생각을 해보아도 가늠이 가지 않는 일이다.

대형마트에서는 1000원에 판다고 한다. 그런데 많은 양이 아니고 1일 300포기 한정 판매를 한다든지, 아니면 1인당 8포기나 10포기만 파는 제한적 판매를 한다. 전시용이나 손님 낚시용이다.

농협 하나로마트에서는 배추 3포기가 든 망 하나에 5700원, 고랭지 배추는 6700원이라는 전단지가 신문에 끼어들어왔다. 포기당 2000원선이다. 그 정도면 적정선이 될 것도 같다는 수긍의 마음이 든다. 하지만 농협은 장사를 하는 것보다는 농민조합원을 위해서 마진을 최대한 줄이고, 농민 조합원에게 조금이라도 돈이 더 돌아가게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다.



가을배추가 어떤 이유로 평지 배추보다 고랭지 배추가 더 비싼지도 이상하다.

배추가 생육하려면 어느 정도 서늘한 기온이 되어서 적정 온도가 되어야 잘 자란다.

때문에 평지 가을배추는 지방별로 조금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8월에 파종하여 11월이나 12월에 수확을 한다.

월동배추는 극 남부지역인 해남 등지에서 추위에 강하게 육종 된 종자를 가을에 파종해서 겨울이나 이른 봄에 수확을 한다.



 

봄배추는 하우스에서 얼지 않게 모종을 키워 4·5월이나 6월에 수확을 한다.

모종 때 어느 기간, 어느 정도 이하의 추위에 노출되면 화아분화가 되어 꽃대가 올라오므로 배추로서의 가치가 떨어져 소득을 볼 수 없다.

여름 배추는 고랭지에서 추석 무렵에 나온다. 평지에서는 여름 더위 때문에 배추 생육특성상 재배가 안 된다. 평지에서는 재배를 못하지만 고랭지에서는 서늘한 기온 때문에 여름재배를 할 수 있다. 때문에 고랭지 배추가 나오는 여름에는 지역 한계 상 수량이 적어 배추 값이 비쌀 수밖에 없다.

지금 김장철에는 고랭지 배추가 비싸야 할 이유가 없다. 아니 고랭지 배추가 나올 시기도 아니다. 겨울 김장용 배추로는 평지 배추가 고랭지 배추보다 더 좋다.

김장철에 고랭지 배추를 비싸게 파는 것은 사람들 머릿속에 여름철 고랭지 배추가 비싸다는 인식이 박혀있어서다. 그 인식을 상인들이 이용을 하는 것인데 농협에서 조차 그런 수단을 쓰는 것은 참으로 어이가 없는 일이다.

 



주부들은 계절별로 제때에 나는 식재료를 사용하여 요리를 하는 것이 제일 좋은 음식을 만들 수 있는 가장 기초적이고 기본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렇다면 요사이 김장철에는 어느 곳에서나 잘 자라는 평지 배추가 김장배추로는 제일 적합하고 맛 좋은 배추라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정하선 에세이집 (견디며 사는 나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