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동시; 부처님 밥상. 말뚝. 벙어리 장갑.

정하선 2020. 10. 13. 22:16

부처님 밥상

                  외2편

                                  정하선

스님이 아무리 공양을 권해도

부처님 미소로 입술만 올리시고

한 숟가락도 드시질 않으시네.

아껴두었다 누굴 주시려는지.

 

 

 

벙어리장갑

 

엄마가 사다주신 벙어리장갑

손가락 모두 한 곳에 모여 살듯

너희 넷이 한 곳에 모여 살아라.

엄마가 사다주신 벙어리장갑

겨울 내내 손 따뜻한 벙어리장갑.

 

말뚝

 

말뚝은 뿌리 없어도

뿌리박고 사는 나무

큰 비에 반 쯤 무너진

방천의 아랫도리를

제 힘 다해 어깨로

떠받들어 괴어주고 있다.

어딘가 떠나고 싶어

뿌리조차 자르고 왔지만

여기가 제 살 곳인 양

온 몸 절반이 땅속으로 빠져들어도

어깨로 방천을 떠받히고 있다.

 

 

정하선 글 그림 동시집 (도깨비바늘) 에서

구입처 ;인터넷 교보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