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하선 2020. 12. 5. 21:43

 

난산

 

                정하선

 

 

 

 

 

그대를 만나면 꽃 되어 말하리라

향기로운 말 가리고 가려서

몇 그릇씩 먹고 나왔지만

막상 그대를 만났을 때

나는 한 컵의 향기로운 말도

입 밖에 내지 못 했네

 

 

새끼 가득 밴 물고기처럼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는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는

 

 

뱃속 가득 키워온

아름다운 말의 새끼들

출산하기 위해 진땀 흘리다

난산하고 돌아오는 여울목

 

 

정하선시집 (그리움도 행복입니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