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하선 2021. 3. 18. 21:22

눈물

 

               정하선

 

 

 

 

신이 나에게 눈물을 주신 것은

슬플 때 울라고 주신 것도 아니요

감격스러울 때 흘리라고 주신 것도 아니요

눈썹에 눈곱 끼어 세상이 가려져 보이지 않을 때

그 때 말끔히 씻고 보아라고 주신 것이었음을

눈동자에 알 수 없는 때 끼어 세상이 맑게 보이지 않을 때

그 때 말끔히 닦고 보아라고 주신 것이었음을

그냥 무심히 지나쳐왔기에 아직은 몰랐을 뿐입니다

 

세상이 때 묻어 더러울 리야 있겠어요

세상에 먼지 끼면 바람이 털어주고

털어지지 않으면 소나기가 씻어주고

벌레 먹으면 가을이 흔적 없애주고

세상은 항상 새롭게 모양새 갖추는데

세상이 때 묻어 더럽게 보이는 것은

내 가슴에 안개 끼고 내 눈동자에 먼지 끼고

하였을 뿐이었음을 아직은 몰랐을 뿐입니다

 

내 눈에 들어있는 눈물을 똑바로

아직까지 내가 한 번도 보지 못했음은

내가 제일 부끄러워해야할 것임을

지금까지 한 번도 생각해본 일조차 없으니

내 눈에 눈물 아직은 내 것이 아닐 뿐입니다

 

 

             정하선 시집 (재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