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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창

정하선 2021. 5. 8. 20:52

지하철 창

 

                     정하선

 

 

 

 

내가 나를 두고 나가; 창밖으로 나가

나 아닌 내가 되어

나를 따라온다

밝은 불빛 아래 손잡이 하나 붙들고

흔들리는 나를 흉내 내며

아무 소리 없이 말하는 나를 흉내 내며

생각하는 나를 흉내 내며

 

밝고 따뜻한 전철 안에 서있어도

불평 많은 나의 생각을

어두움 속에서도 태연스레

불평 없이 나를 따라오는 나 아닌 나

 

어두우면 어두울수록

더욱 또렷해지는 나 아닌 나를

저기 따라오는 나를

내 안으로 끌어들일 수는 없을까

 

날마다 지하철을 탄다,

 

 

              정하선시집 (새재역세서. 시산맥.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