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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가을은

정하선 2021. 6. 6. 22:26

올 가을은

 

                           정하선

 

 

이만큼만 넉넉하였으면 좋겠네

잘 영근 나락 논 한 귀퉁이

참새 떼들 배부르게 낱알 먹고

장난치며 놀고 있는데도

웃고 있는 허수아비 얼굴만큼

 

산새는 너무 배불러

산머루 따 먹지 않고

바라만 보다

산새 눈인지 산머루 인지

알 수 없을 만큼 같아져버린

 

들꽃들 흐드러지게 피어

향기로움 이 세상 다 덮고

내년 봄 싹틔울 작은 풀씨까지 쭉정이 없이

잠자리 눈망울같이 또록또록 영글게 하는

메뚜기 허벅지 베고 누운 햇살과 맑은 하늘

 

                   정하선시집 (그리움도 행복입니다 . 에지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