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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밥상
정하선
2021. 6. 7. 21:14
아침 밥상
정하선
밥을 고봉으로 담아왔다. 아내가
아침이 든든해야 하루가 든든하답니다.
가을 햇볕 가득 담겨져 있는 여문 쌀 속에서
둥글고 윤나고 등 따뜻하고. 지난 가을이 숨을 쉰다.
아내는 나에게 풍년을 대접하고 지난 가을을 대접하고
오늘 하루를, 올해도 풍년이 들기를, 빌 것이고
해가 뜨고 일 년이 가고 가을이 오고, 그렇듯
결혼을 하고 아침을 차리고 또 아침을 차리고
해가 뜨는 날마다 날이 밝아오는 날마다
하루도 아침을 거르게 한 적 없는 아내
내 나이는 아내의 아침으로 자라고
아내는 그 속에 넉넉한 가을을 가득 담아주고
메뚜기 허벅지 보다 더 맑은 사랑을 담아주고
오늘 하루의 기도를 담아주고
정하선시집 (그리움도 행복입니다. 예지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