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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이 없는 여자 2

정하선 2021. 8. 1. 19:56

자궁이 없는 여자 2

 

                       정하선

 

 

 

 

얘는 자궁이 없다냐

마흔이 넘도록 시집도 못 가게

어머니 말씀에 할 말이 없다

 

지나온 줄 모르게 지나와버린 세월

나는 자궁이 없는 것일까

세상이 문제야 세상이 문제야

도려내버린 거야 세상이 문제야

 

바보 같이

바보 같이 바보 같이

무슨 처방이 없을까

꽃피는 열아홉

방정식 보다 어려운

배 수를 더 살았으면서도

바보같이

 

일 때문에 못 간다고

일이 좋아 안 간다고

컴퓨터가 치맛자락 놓지 않는다고

핑계의 칼 갈고 갈아 나도 모르게

내 스스로 도려내버린 내 자궁

나는 자궁이 있어요

치마처럼 크게 입 벌려 소리쳐보아도

얼굴 가득 꽃을 피워 보아도 플라스틱 웃음

빈 밭에 싸락눈 뿌리고 깡통 하나 굴러간다,

 

                       정하선시집 (무지개 창살이 있는 감옥 .예지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