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하선 2021. 8. 5. 20:42

엉겅퀴

 

                 정하선

 

 

 

 

어머니, 어머니, 지워도, 지워도

지워지지 않는 어머니

 

아버지 전쟁을 짊어지고 가신 후

어머니 긴 밤을 잘라 이고 가신 후

 

나의 곁에 어머니는 어제도 없어

나의 곁에 어머니는 오늘도 없어

 

어머니, 어머니, 지워도, 지워도

그리움의 울안에 서서 지워지지 않는 어머니

 

지워도, 지워도 항상 내 곁을 맴돌며

내 가슴의 앞마당에 서성이는 그림자

 

어디서 해지도록 문설주 잡고 계시는지

어디서 호롱불 켜 놓고 밤 지세우시는 지

 

지워도, 지워도 지워지지 않는 어머니

지우면 지울수록 울음으로 좁아진

내 가슴속 앞마당 안으로, 안으로

애써 걸어 들어오시는 어머니

 

 

                 정하선시집 (무지개 창살이 있는 감옥. 예지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