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oem 제비

정하선 2021. 9. 19. 20:46

제비

 

        정하선

 

 

 

 

제비가 강물에 빠져 죽었다

독 묻은 벌레를 잡아먹었을까

힘 다해 떨어졌을까

아니면 그냥 뛰어 내렸을까

둥지 틀어 새끼 낳고 알콩달콩 살고 팠을 하얀 가슴

날마다 박 씨 물어다 주고 싶었을 날카롭지 못한 부리

창공을 날며 춤추며 살고 팠을 날개

비 오는 날도 비 적시며 벌레 물어왔을 작은 몸

깃털 드문드문 빠져 차가운 하얀 살

조그만 제 한 몸 다 감싸지 못하고

겨우 양편 등허리 덮어

슬픔으로 접혀진 날개

 

정하선시집(무지개 창살이 있는 감옥. 예지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