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k-poem 거무
정하선
2021. 9. 19. 20:47
거무
정하선
참, 오랜만에 참으로 오랜만에
거미란 말 대신 거무란 말을 써본다
사투리, 방언이란 말 대신 향토어라 이름 하여
배를 타면 네 발로 기어야 하는 나를 보며
아버지는 꼿꼿이 서서 노를 저으시며
배만 타면 거무가 되는 너가 커서 뭣이 될꼬
그래 갖고 어디 바다 속 물괴기가 보이것냐
뱃바닥 밖에 보일 것이 없제
세상에 거무란 놈 같이 미련한 놈 없제
허공에, 물괴기 다니는 길목도 아닌 허공중에
그물을 치고 눈 먼 놈 걸리기만 기다리는
어부는 괴기 찾아 바다 속까지
바다 속 깊이 까지 볼 줄 알아야 하는 것이여
갈매긴 높이 날아야 깊은 바다 속 본다는 말도 못 들었냐
아버지 말 속 아직도 보지 못하고
허공에 거미줄 치듯 네 발로 기는 거무 되어
하루하루 가냘픈 시간의 줄을 잡고 있는
정하선시집 (무지개 창살이 있는 감옥. 예지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