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그리고 하루
일주일, 그리고 하루
정하선
아파트 지하상가, 수몰 지구처럼 갈 곳 없어 남은 몇 집, 두 평 좌판 펼쳐놓고 쪼그려 앉은 아내, 대형 매장의 눈 부라림에 주눅 들어 얼굴색 바랜
김, 다이어트한 적 없어도 저절로 말라 쪼그라진 배추, 어느 눈먼 손님 콩깍지 씌었으랴, 오늘 겨우 사만 원어치 팔었는디 어떻게 살겄소, 사만 원 다 남아도 못살 판에.
月월거리는 아내에게 火안하게 웃으며 水 죽지 말고 삽시다.
어린이 집 나가 전통놀이 가르친다고 팔짝팔짝 철없이 뛰며 놀다 와도 매월 20만원, 일요일엔 전문 주례인, 바지에 줄 빳빳이 세우고 나가서 아름다운 일 하고 사례비 3만원, 기한이 세 번 넘겨도 집 주인 잘 만나 전세 빼란 일 없고, 아들 딸 시집 장가 다 보내 둘만 남았으니 돈 쓸 일 어디 있것오, 사는 대로 살아봅시다
그래도 당신 명색이 시인인데 시집이라도 한 권 내야할 것 아니요, 기금인가 뭔가도 많다던데 …… 살다보면 낼 날 있겠지요, 못 내도 할 수 없고, 내가 뭐 대단한 시인인가요, 허허허, 소갈머리 없이 웃음으로 꽉 채워 보낸 일주일 감사합니다, 하느님 부처님 조상님 하다 번개 치듯 생각이 망치로 머릴 치는 일, 어제 저녁 우연히 보았던 아내모습, 작은방에 누워 거울 들여다보며 주름진 얼굴에 시들어진 오이 잘라 붙이던
주례 서주고 받은 사례금 3만원 몽땅 털어 내 평생 처음 크림 하나 사 가지고 와, 주변머리 없이, 여보 눈 꼭 감고 손 내밀어 봐, 손위에 살며시 얹어주며, 짱.
정하선시집( 한 오백년 . 월간문학 출판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