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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em 신부

정하선 2021. 10. 25. 19:53

신부

 

                 정하선

 

 

 

 

홍 비단 치마에 연초록 저고리

원삼에 활짝 금박날개 펴는 봉황

동백기름 자르르 발라 쪽찐 머리

살포시 얹어 쓴 화관족두리

눈 내리깔아 다소곳 숙인 이마 위로

가늘게 흔들리는 떨잠

황촉불 곱게 흔들려 타던 밤

 

 

어찌 이리도 생생히 보이는가

첫날밤 그 모습이

살면서, 살면서 보지 못했던 그 모습이

왜 이제야 보이는가

밖에는 소복이 눈 내려 창호지 더 희고

저승사자는 빨리 가자 재촉하는데

그 모습 두고 그 모습 두고

 

 

첫날밤 옷고름 풀었던 명주비단 바지저고리

한 평생 곱게도 간직하였다가 그대 손길로

다시 지어 입혀준 수의가

 

 

                  정하선시집(한 오백년. 월간문학출판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