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피 정하선 밤새 눈이 내렸다세상은 온통 하얗다대청봉을 바라보고 앉아있는 진동마을할아버지댁에서 하룻밤을 묵고 나니지상의 세상은 없어지고하얀 백지의 세상 길이란 길은 모두 지워지고 이웃과 이웃을 이어주던 끄나풀 같은 산길도 보이지 않는다5일장마져 묻혀버리고축사를 이어주던 길도 묻혀 있다햇빛 받아 눈부시도록 반짝이는하얀 눈도 저토록 어둠을 품고 있는 줄 우리를 가로막는할머니는 눈을 솥에 넣고 불을 지피고할아버지는 물을 퍼 축사와의 길

정하선 2024. 8. 30. 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