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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석
정하선
2024. 9. 15. 07:38
칠석
정하선
까치도 없는 칠월칠석을
한탄강 강가에서 밤 세운다
저 하늘에 별도 그리우면 일 년에 한 번
그 넓은 은하에 강을 건너 만날 수 있다던데
우리는 무슨 죄 지었기에
손바닥만 한 땅 나누어
소리쳐 부르면 들릴
손금보다 좁은 강 하나 사이에 두고
스스로 친 철조망 사이로 서로의 눈물만 보아야하는가
스스로 친 철조망 사이로 서로의 한숨만 얽어야하는가
서울에 까치도 여기엔 올 수 없는가
평양에 까치도 여기엔 올 수 없는가
머리가 벗겨지도록 그리움으로 다리 놓아줄
까치 한 마리 없겠끔
그리움이 적었단 말인가
행여나 강 건너 너는
이날을 깜박 잊은 것은 아닌가
한탄강 강가에서 바라만 본다, 견우와 직녀
손바닥 펴놓고 손금보다 좁은 강을 보면서
이것도 운명인가고
생각 위로 구름이 낀다 비가 내릴 듯
견우와 직녀의 애끓는 그리움 사이로
부모님 모습 자식의 모습 끼어든다면
신이 부리는 까치들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걸.
정하선 시집(재회) 월간문학출판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