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골목길 돌담
정하선
2024. 11. 7. 08:38
골목길 돌담
정하선
돌담 끼고 골목길 걷다 보면
돌들이 손 펼쳐 내밀고 악수를 청한다
돌들이 내 손을 잡아다 가슴속에 넣는다
저놈은 웃는 폼이 호탕한 원이 얼굴
저놈은 반질반질한 이마가 꼭 석이 얼굴
또 저놈은 좀장난 잘 치던 환이 같고
저기 저놈은 항상 잘난 채 위에 앉으려던 장한이
그사이 그늘진 곳에 끼어 담을 이루고 있는 내 얼굴
돌담에 돌들을 하나하나 만지며 걷는데
툭하고 손등에 감꽃이 떨어진다.
정하선 시집(송림동 닭알탕) 시산맥 2024.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