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면 안 돼

정하선 2025. 1. 7. 07:29


보면 안 돼


                        정하선




보면 안 돼
아이들은
저리 가 있어라

뒷담 울안
소 교미 붙이는 아버지 말씀
안 본 척 살며시 숨어 보았다
수소 자지 꺼내 암소 위에 올라타
암소 궁둥이 한번 번개 치듯 찌르고

보면 안 돼
아이들은
저리 가 있어라
돼지 막 안
돼지 교미 붙이시는 아버지
안 본 척 슬그머니 숨어 보았다
수퇘지 배 밑에 꼬불꼬불
빨간 나사 자지 꺼내더니
암퇘지 등에 올라타
궁둥이 앞뒤로 흔든다
아이고, 오래도 그러고 있네
식식거리며 수퇘지 내려온다
반 시간이나 돼서야

아침에 일어나
이웃집 심부름 가는 길
궁둥이 맞댄 개 두 마리
아교풀로 붙여 놓았는가
붙은 채 끙끙 거리네
저 놈의 개가 망측하게
옆집 순자 어머니 바가지 가득
물 떠 와 퍼붓자
깨갱 깽 떨어져 도망간다

점심 먹을 때
마당에 놀던 닭구새끼
수탉이 꼬꼬꼬 날개를 들고
암탉 향해 옆걸음 치며 달려가
암탉 위에 올라 타 꽥꽥
내려와서 홰 한 번 친다
저 닭 왜 그래요, 아버지
응, 알 날라고 그런다.

정하선 시집(송림동 닭알탕)시산맥 2024.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