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개 중에서 꼬막이 젤로 맛 있당께 1
새꼬막
꼬막은 전남 서남해안에서 주로 생산되는 조개다.
부드럽고 질이 좋은 뻘(펄)이 깊은 갯뻘(바다 펄)에서 자란다.
꼬막은 갯뻘이 부드럽고 깊은 곳에서 자라기 때문에 다리가 허벅지까지 빠지는 곳이나 허리까지 빠지는 곳에서 잡는다. 무척 힘이 들어야 잡는 것이 꼬막이다.
힘들고 불편하기 때문에 널배라고 하는 나무널빤지를 타고 다니면서 잡는다. 한 쪽 무릎을 널배에 얹고 그 위에 꼬막을 담을 그릇을 싣고 앞부분이 들리게 한 뒤 다른 한 쪽 발로 뻘을 차면서 나간다. 뻘에 빠지지 않고 빨리 이동을 할 수 있는 뻘위에서 타는 배의 일종이다. 이 널배를 타고 다니면서 꼬막을 손으로 훔쳐서 잡는다. 지금은 갈퀴 같이 생긴 도구로 잡기도 한다. 널배를 타는 것도 기술이 있어야 한다. 아무나 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꼬막은 껍질이 딱딱하면서 무척 견고하다. 어찌 보면 기와집 같다. 조금 흰색바탕에 검은색이 많은 껍질에 골이 있는 모양이 기와집 같은 모양이라고 표현하여도 무리는 없을 듯하다. 새조개는 초가집 같다고 한다면 비교가 될 것이다.
생꼬막을 까면 피가 나오는데 사람의 피와 비슷한 성분을 가졌다고 한다. 그래서 꼬막이 사람에게 좋단다. 새꼬막과 되꼬막은 생으로 많이 먹는다. 그 피가 사람 피와 비슷하다고 해서 생으로 먹을 때 피까지 다 먹는다. 초고추장이나 다른 양념 없이 생꼬막만 먹어도 간이 알맞아서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어 생으로도 먹기 좋은 조개다.
꼬막은 표준어다. 옛날에는 고막이 표준어이고 꼬막은 사투리였었다. 지역에서는 다 꼬막이라고 하는데 어째서 고막이 표준어가 되어 있고 꼬막은 사투리가 되었는지는 잘 모르지만, 조정래의 태백산맥에는 고막이라고 쓰지 않고 꼬막이라고 썼는데 그것은 지역 말을 쓰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그런데 그로부터 벌교꼬막이라는 말이 유명해지고 얼마 전에 꼬막도 복수 표준어가 되었다.
꼬막은 일 년 내내 먹는, 맛이 좋은 조개이지만, 그래도 꼭 맛있는 계절을 따진다면 겨울과 지금이다. 정월은 꼬막이 맛이 제일 좋은 계절이다. 조개 종류는 봄에 맛이 좋다. 봄철에 산란을 하기 때문에 이름 봄에 제일 맛이 좋은 것이다. 음력 오월 꼬막은 미끄러워서 맛이 없다고 한다. 오월에는 알을 배는 시기라서 그런 것이 아닌 지 생각이 든다.
전남 지방에서는 제사상에는 꼬막을 꼭 놓는다. 껍질이 벌어지지 않고 꼬막모양이 그대로 있게 삶아진 것을 통꼬막이라고 하는데 제사상에는 통꼬막을 놓는다. 제사상에 꼬막이 빠지면 안 된다. 아울러 잔치집에도 꼬막은 빠지지 않는 음식이다.
제사상에 놓을 꼬막을 삶을 때 꼬막이 입(껍질)이 벌어지면 그 며느리는 쫓겨난다는 말이 있다. 꼬막은 입이 벌어지지 않게 삶아야 한다. 그렇다고 또 덜 삶아지면 안 된다. 입이 벌어지지 않고 까보아서 핏기가 없어질 정도로 익으면 제일 잘 삶아진 것이다. 이렇게 삶아진 꼬막이 제일 맛이 좋은 것이다. 한 마디로 말하면 데친다고 하면 맞는 표현이 될 것이다.
꼬막을 삶아서 까먹으면 약간 미끈거리는 듯 연하면서 부드럽고 쫄깃한 식감을 가지고 있다. 단맛이 없는 듯 있으며 간간하여(짭조롬 하여) 간을 하지 않아도 누구의 입맛이고 간이 맞는 것이 특색이다. 꼬막을 삶을 때 껍질이 벌어지면 입이 벌어졌다고 한다. 입이 벌어지게 삶으면 부드러운 맛이 덜하고 식감이 질기면서 굳은 감이 있다. 입이 벌어지지 않은 것은 간이 딱 맞는데 비해서 입이 벌어지게 삶으면 물이 들어가서 간이 맞지 않아 맛이 많이 떨어진다.
피조개
꼬막은 네 종류가 있다. 참꼬막과 세꼬막이 있다. 크기는 바지락보다는 조금 큰 편이다. 눈깔 사탕정도의 크기다. 조금 더 작은 것도 있고 조금 더 큰 것도 있지만 눈깔사탕 정도라고 하면 좋을 것 같다. 참꼬막은 주로 제사상에 올라가는 조개다. 잔치상에도 많이 쓰는 조개다. 껍질 색이 진하고 골이 약간 깊으며 색이 진하여 또렷한 느낌이 든다. 털이 적은 편이다. 새꼬막에 비해서 값이 비싸다.
새꼬막은 참꼬막에 비해서 털이 많고 골이 얕으며 색이 갈색에 가깝다. 참꼬막보다는 연한 느낌이 든다. 참꼬막은 손톱으로 까먹기가 쉽지만 새꼬막은 요령이 없으면 손톱으로 까먹기가 좀더 어렵다.
참꼬막이나 새꼬막보다는 훨씬 큰 어린아이들 주먹만 한 꼬막이 있는데 그건 흔히 피조개라고 하는데 일종의 새꼬막 종류다. 그리고 꼬막 중에서 제일 큰 꼬막이 농사꼬막이라고도 하고 되꼬막이라고도 하는 어른 주먹만 한 꼬막이 있다. 되만큼 크다고 해서 되꼬막이라고 하고 그 큰 꼬막을 잡으면 농사 운이 좋아 그해 농사가 잘 된다고 해서 농사꼬막이라고도 한다. 피조개는 새꼬막과 비슷하고 되꼬막은 참꼬막과 비슷하지만 크기가 다르다.
참꼬막과 농사꼬막은 양식이 안 된다. 반면 피조개라고 하는 꼬막과 새꼬막은 주로 양식을 한다. 때문에 생산량에 차이가 있어서 값도 차이가 있을 것이다.
이삼십년 전 보성 득량만을 중심으로 득량과 장흥등지에서 피조개를 양식을 많이 하였다. 일본으로 수출을 할 때는 돈을 너무나 많이들 벌어서 개도 수표만 물고 다닌다고 할 때가 있었다. 그러나 돈벌이가 좋다고 소문이 나면서 너도나도 양식을 많이 하는 바람에 생산량은 많아지고 약삭빠른 일본 사람들은 이때가 기회라고 생각하고 수입을 적게 해가서 꼬막 값이 폭락하였다. 막차를 탄 사람들 중 이때 망한 사람이 많았다. 무엇이든지 돈 벌었다고 소문이 나면 너도나도 하는 바람에 망한 사람들이 많이 생기는데 그때가 그랬다.
양념장에 무쳐놓은 꼬막
꼬막을 제대로 즐기려면 깨끗이 씻는 것이 아니고 위에 뻘만 서너 번 씻어내면 된다. 껍데기가 하얗게 되도록 씻으면 맛이 오히려 떨어진다. 삶을 때는 까보아서 피가 막 가시면 그 때가 제일 맛있게 삶아진 것이다. 입이 벌어지게 삶으면 그건 빵점이다. 삶아서 그냥 까먹는 것이 제일 맛이 좋다. 다음 한쪽 껍질이 붙게 까서 양념장을 쳐서 무쳐먹는 것이 벌교나 고흥에서 제일 많이 먹는 방법이다. 깐 꼬막은 씻으면 맛이 없다. 깐 꼬막은 씻지 않고 그대로 먹어야 맛이 있고 양념장에 무치더라도 씻지 않아야 한다.
꼬막을 살 때는 입이 빨리 오므라지는 것을 사야한다. 입이 벌어져있으면서 건드렸을 때 오므라지지 않으면 그것은 오래된 것이다, 맛이 없음은 물론이다. 설 무렵에는 꼬막을 설 며칠 앞에 사야 하기 때문에 사다가 자루에 담아서 부엌문 앞에다 놓아둔다. 사람이 다니면서 자꾸 밟아 움직여 주어야 오래 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고 입이 벌어진 채로 놓아두면 오래 살지 못한다. 꼬막을 며칠이라도 생생하게 보관하려면 자꾸 건드려서 입이 벌어지고 오므라지는 반복 운동을 시켜주어야 한다.
벌교 꼬막보다는 고흥 꼬막이 덜 짜고 맛이 더 좋다, 내 고향이 고흥이라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순천만 갯뻘인 벌교 꼬막이나 고흥동부쪽 꼬막보다는 득량만에 있는 고흥서부쪽이나 보성의 꼬막이 더 맛이 좋다. 좀 간간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벌교꼬막이 더 입에 맞을 것이고, 간이 약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득량만 꼬막이 더 맛이 좋을 것이다. 벌교꼬막은 조정래의 소설 태백산맥 때문에 유명해져서 홍보가 잘 되었다. 때문에 꼬막하면 사람들이 벌교꼬막을 생각한다. 꼬막을 자세히 보면 검고 좀 길게 생긴 것이 벌교꼬막이고 비교적 둥글고 색이 연한 것이 득량만에서 나는 고흥꼬막이다. 벌교꼬막은 고흥꼬막에 비해서 맛이 조금 더 짜다.
고흥꼬막이 교통여건상 벌교 장으로 출하가 되기 때문에 다들 벌교꼬막으로 통하리라 생각한다. 꼬막은 삶아 먹는 것이 아니고 데쳐먹어야 제 맛이 난다. 물론 늦은 봄부터는 위생상 삶아먹어야 하지만 말이다 .데쳐서 까먹으면 간이 딱 맞다. 다른 간은 필요 없다. 태백산맥에서 말하는 바로 짭조롬한 맛이 누구의 입맛에나 다 맞는 것이다.
솥에다 꼬막이 잠길 정도로 물을 부어넣고 솥뚜껑을 덮고 삶을 때, 김이 막 오를 때 불을 끄면 그 때가 제일 좋게 삶아 지는 것이다. 아니면 주걱으로 저어가면서 삶으면서 까보아서 적당히 삶아진 것을 알고 불을 끄면 그 때가 제일 좋게 삶아진 것인데, 그걸 잘 맞추기가 초보는 어려운 것이다. 그러나 몇 번 해보면 알 수 있다. 꼬막을 삶을 때 주걱으로 저어가면서 삶아야 골고루 삶아지는데 한 쪽으로만 저어주어야 한다고 한다.
양념장에 무치기 위해 까놓은 꼬막(이 정도로 삶아야 맛이 좋다)
삶은 꼬막을 두 손의 검지와 장지 손가락으로 고정을 시키고 양쪽엄지손톱을 이용해서 꼬막을 까는데 까보지 않은 사람은 까기가 쉽지는 않다. 참꼬막은 그런대로 더 쉽지만 새꼬막은 까기가 더 어렵다. 물론 자주 까먹은 사람들은 새꼬막도 엄지손톱으로 잘 까지만 초보는 많이 어려워서 깔 수가 없을 것이다.
그 때는 꼬막의 부채 손잡이 같이 생긴 밑 부분의 가운데 들어간 부분에다 수저잎을 넣고 살짝 비틀어 주면 잘 까진다.
이렇게 까서 먹는 것이 보편적으로 먹는 방법이다. 술안주나 그냥 까먹거나 밥반찬으로도 할 때 이렇게 한다.
다음은 한 쪽 껍데기를 제거하고 한 쪽 껍데기만 붙인 채로 까서 양념장을 만들어 무쳐 먹는다. 주로 밥반찬으로 할 때 이렇게 해먹는다.
그 외 방법들은 예전의 전통 방법이라기보다는 새로 개발된 메뉴들이라고 하면 맞을 것이다.
시장에 가면 어쩌다 오래된 꼬막을, 잡아온 지 얼마 안 된 꼬막에다 섞어서 파는 수도 더러 있다. 이런 걸 사오면 전체가 맛이 다 많이 떨어진다. 삶아놓으면 고린내가 난다던지 껍데기에 살이 붙어있거나 살이 붙어서 아주 작게 있는 것 등이 오래된 꼬막이다. 그러나 그런 걸 어떻게 구분하는 방법은 없다. 다만 입 벌리고 있다가 사람 손이 가면 바로 입을 다무는 것이 싱싱하다는 것으로 볼 수 밖에는, 꼬막을 살 때는 손가락으로 건드려 보고 사면 좋은 꼬막을 고를 수 있다.
시장에 가면 새꼬막을 1kg에 5천 원 정도 주면 살 수 있다. 참꼬막은 그 배 정도 이상 주어야 한다. 단백질과 아미노산 등 영양도 좋고 맛도 좋은 꼬막을 사다가 반찬을 하기에 지금이 딱 좋은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