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유리창에 정하선 빗방울, 창에 철석, 붙이네요. 꽃잎을. 꽃잎은 눈물을 머금고 눈물을 주룩주룩 흘리고 창에 붙어있네요. 떨어지지 않으려고 몸속에 감추었던 발톱 모두 꺼내어, 발톱을 세워 살며시 꽃잎을 손끝으로 쓸어내려 보네요, 그대, 옛날에 그랬든 것처럼 그대 마음 밖에서 서성대며 애써 그대 마음의 문설주 붙잡고 온 몸 가득 숨겨둔 발톱을 꺼내어, 발톱을 세워도, 미끄러지고 말았던, 열 수 없었던 창 미끄러지지 않으려 한사코 발톱을 세워 유리창을 붙잡고 주룩주룩 눈물 을 흘러내리네요, 꽃잎 하나, 지나가버린 내 시간이 흘러내리네요. 정하선 시집 (그리움도 행복입니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