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의 클로버
유치원을 가는 길 언덕에 클로버꽃이 지천으로 피었다.
벌들이 이 꽃 저 꽃 옮겨 다니면서 꿀을 채취하기에 여염이 없다.
클로버는 무리지어 있다. 멍석이나 밭처럼 넓게 자리를 차지하고 그들의 마을을 이룬다. 그 만큼 번식력이 좋아서일 것이다.
씨로 번식도 하지만 줄기가 뻗어가면서 번식하는 번식력 특성상 그런 형태의 자생지들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클로버 밭을 지나갈 때는 나도 모르게 네잎클로버가 있는지 눈이 간다.
네잎클로버는 행운을 가져다준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리라. 이 세상에 행운을 싫어하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나뿐만이 아니고 모든 사람들이 클로버 밭을 지나가면 네잎클로버가 있는지 눈을 주리라 생각한다. 행운을 바라는 마음은 누구나 다 같으리라 생각한다.
나폴레옹이 전쟁 중 네잎클로버가 있어서 신기한 마음에 말 등에서 그걸 내려다보는 순간 총알이 머리 위를 스쳐지나가 위기를 모면했다는 꽃의 전설이 있어서 네잎클로버는 행운이라고 한 말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네잎클로버는 기형이다. 장애를 가진 잎인 것이다. 장애를 사랑할 줄 아는 사람에게 행운이 온다고 신은 우리에게 말을 했는지도 모른다.
요사이 유명강사들의 말을 들어보면 세잎클로버는 행복이라고 한다. 찾기 어려운 행운을 찾는 것보다는 주변에 널려있는 보통을, 행복으로 알고 살아가면 인생에 행복이 함께 한다는 말이다.
우리는 네잎클로버를 찾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세잎클로버를 짓밟아야 하는지를 생각하여 보아야 한다고 말을 한다. 하나의 행운을 찾기 위해서 일상적, 보편적, 행복을 얼마나 많이 지나치고 버리고 놓치는 가를 말해주는 것이다.
클로버는 영어로 clover 라고 쓴다. 앞의 c와 끝의 r을 떼어내면 love 러브 즉 사랑만 남는다. 마음속에 사랑을 간직하고 있으면 행운이 온다는 말이다. 여기서 말하는 사랑은 남녀 간의 사랑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크게 말하는 인간의 사랑을 말하는 것이리라.
꽃숭어리가 크고, 싱싱하고, 꽃대가 높이 올라온 것으로 한 주먹 가득 뽑아 들었다. 꽃들을 가지런히 모아서 들었더니 마치 신부가 들고 있는 부케 같은 꽃다발이 되었다. 옆을 지나도 향을 느끼지는 못했는데 꽃 향이 진하게 코에 스며든다.
한 주먹 쥐고 간 꽃을 보고 아이들이 좋아서 환호를 지른다. 클로버꽃을 두서개씩 나누어주고 꽃반지, 꽃시계를 함께 만들었다. 어릴 때 우리들은 잘도 만들었는데 도시에서 자란 아이들에게는 서툰 놀이인 모양이다. 플라스틱장난감이나 인터넷게임은 눈감아도 하는 아이들이지만 꽃으로 시계나 반지를 만드는 놀이는 영 익숙하지 않는 놀이라는 것을 보았다.
처음에 호기심을 갖고 달려들던 아이들도 대부분 해보아도 잘 되지 않자 선생님보고 만들어달라고 손을 내민다.
만든 시계나 반지를 손가락이나 손등에 채워주자 채 십분도 안가서 싫증을 내고 뜯어버렸다.
정리 겸 청소를 시키면서 ‘이건 행운의 꽃인데 이렇게 버리는 것은 너희들이 행운을 버리는 거야’하고 말했지만 아이들이 그 말을 알아듣기나 하겠는가.
이 말을 알아들을 나이 정도가 되면 오늘 만든 이 풀꽃반지를, 풀꽃시계를 기억하고 있을 아이들이 한 명이라도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면서 혼자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