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재역
정하선
어두운 새벽길 십리 자전거에
고추 세 자루 실어다 퍼놓고
아내가 이고 오는 고추
마중하여 내린 뒤
나무의자에 앉아 한 숨 돌리고
남광주행 첫 차표를 산다.
물에 말아먹은 찬밥이
걸어온 십리길 깊이만큼
가라앉지 못하고 꿀렁거린다.
땀 식으니 이마에 가을이 차다
오늘은 꼭 들렸다오리
광주서 자취하는 자식들 얼굴
그리운 다짐으로 만져보지만
고추 팔기 바쁘게, 오후에 또 고추 따야
내일 팔 것이란 생각 밑에 깔려
“오늘은 운수 좋아
가다가 찻간에서 떨이하게 해주씨요.“
고기함지박 내리며 장선포 안면 많은 아주머니
눈인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