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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재역

정하선 2017. 1. 29. 08:44

새재역

 

                  정하선

 

 

어두운 새벽길 십리 자전거에

고추 세 자루 실어다 퍼놓고

아내가 이고 오는 고추

마중하여 내린 뒤

나무의자에 앉아 한 숨 돌리고

남광주행 첫 차표를 산다.

 

물에 말아먹은 찬밥이

걸어온 십리길 깊이만큼

가라앉지 못하고 꿀렁거린다.

땀 식으니 이마에 가을이 차다

 

오늘은 꼭 들렸다오리

광주서 자취하는 자식들 얼굴

그리운 다짐으로 만져보지만

고추 팔기 바쁘게, 오후에 또 고추 따야

내일 팔 것이란 생각 밑에 깔려

 

“오늘은 운수 좋아

가다가 찻간에서 떨이하게 해주씨요.“

고기함지박 내리며 장선포 안면 많은 아주머니

눈인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