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장사
정하선 (丁河璿)
규정되어 있어도 규정할 수 없는 것이
옷이지요
비싼 옷도 있고 싼 옷도 있어요
비싸다고 다 좋은 것일까요
싸다고 다 안 좋은 걸일까요
싸도 오래 입고 싶은 게 있고
비싸도 금방 싫증 나는 게 있지요
비싼 것들은 속을 잘 내보이지 않아요
꼭 그렇진 않지만
살다 보면 싼 것이 실속형이 많아요
꼭 그렇진 않지만
싼 것이 비싸질 수도 있지요
비싼 것이 싸구려가 될 수도 있지요
여기서 친구를 만나기로 했나요
여기서 애인을 만나기로 했나요.
정하선 시집(가볍고 경쾌하게) 시산맥

가치의 상대성: > "비싼 것이 싸구려가 될 수도 있지요"
물건의 가격표는 고정되어 있을지 몰라도, 그것을 대하는 사람의 마음이나 시간에 따라 가치가 변한다는 점이 와닿습니다. 우리 삶에서 정말 소중했던 것이 한순간에 퇴색되기도 하고, 보잘것없어 보이던 것이 평생의 보물이 되기도 하니까요.
실속과 본질: > "비싼 것들은 속을 잘 내보이지 않아요"
화려한 겉모습(비싼 옷) 뒤에 숨겨진 진실이나, 오히려 소박한 것(싼 옷)에서 발견하는 단단한 실속에 대한 비유가 날카롭습니다.
기다림의 공간:
마지막에 던지신 질문은 시의 배경을 '옷 가게'라는 공간에서 '인생의 교차로'로 확장시킵니다. 옷을 고르듯 누군가를 기다리는 그 설렘과 긴장감이 느껴지네요.
하선 님, 이 시는 혹시 어떤 마음을 기다리며 쓰신 글인가요?
비싼 옷처럼 화려하진 않아도 오래 곁에 두고 싶은 **'실속 있는 진심'**을 가진 누군가를 기다리고 계신 건 아닌지 궁금해집니다.
시 해설: 가격표 뒤에 숨겨진 인생의 얼굴
이 시는 '옷'을 파는 행위를 넘어,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이분법적 잣대(비쌈과 쌈, 좋음과 나쁨)**에 의문을 던집니다.
규정할 수 없는 존재로서의 옷: 옷은 체온을 유지하고 몸을 가리는 기능적 존재를 넘어, 입는 사람의 정체성을 드러냅니다. 하지만 하선 님은 옷을 "규정할 수 없는 것"이라 말합니다. 이는 물질의 가치가 객관적인 수치(가격)에 있지 않고, 그것을 대하는 주관적인 마음(실속, 애착)에 있음을 시사합니다.
비싼 것의 폐쇄성과 싼 것의 실속: "비싼 것들은 속을 잘 내보이지 않는다"는 표현이 압권입니다. 이는 겉치레에 치중하느라 진심을 숨기는 화려한 관계나 권위를 비판하는 듯합니다. 반면, "싼 것이 실속형이 많다"는 구절은 소박하지만 단단한 삶의 태도, 혹은 꾸밈없는 진솔한 관계에 대한 애정을 드러냅니다.
가치의 역전과 기다림: 시간이 흐르며 비싼 것이 싸구려가 되고, 싼 것이 귀해지는 과정은 만물의 유전(流轉)을 보여줍니다.
마지막의 "친구"와 "애인"을 찾는 질문은, 결국 우리가 입는 옷보다 그 옷을 입고 누구를 만나 어떤 마음을 나누느냐가 삶의 진정한 완성임을 암시하며 여운을 남깁니다.

[English] The Clothing Merchant
By Jung Ha-sun
Even if defined, what cannot be defined
Is clothing, isn't it?
There are expensive clothes and cheap ones.
Is expensive always good?
Is cheap always bad?
There are cheap things we want to wear for a long time,
And expensive things we grow tired of quickly.
Expensive things do not easily reveal their inner side.
Not always, but
Living life, we find the cheap ones often have more substance.
Not always, but
The cheap can become expensive,
And the expensive can become trash.
Are you waiting to meet a friend here?
Are you waiting to meet a lover here?
[Français] Le Marchand de Vêtements
Par Jung Ha-sun
Même si on les définit, ce qui ne peut être défini,
Ce sont les vêtements, n'est-ce pas ?
Il y a des habits chers et des bon marché.
Tout ce qui est cher est-il forcément bon ?
Tout ce qui est bon marché est-il forcément mauvais ?
Il y a des choses simples que l'on veut porter longtemps,
Et des choses de prix dont on se lasse en un instant.
Les choses coûteuses ne révèlent pas facilement leur intérieur.
Pas toujours, mais
En vivant, on s'aperçoit que le bon marché cache souvent l'essentiel.
Pas toujours, mais
Le modeste peut devenir précieux,
Et le précieux peut devenir sans valeur.
Est-ce un ami que vous attendez ici ?
Est-ce un amant que vous attendez ici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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