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oem 쉼 터
정하선(丁河璿)jung ha sun
내비게이션이 없어도
저절로 가는 길인데
주소를 검색하는 양
잠시 더듬거리고 있을 때
한 사람이 와서 꽃을 놓고 향을 피우고
한 사람이 와서 곡을 하고 절을 하고
한 사람이 와서 절만 하고
한 사람이 와서 상주와 인사를 하고
한 사람이 와서 술만 먹고 가고
한 사람이 오지 않고 돈을 보내고
한 사람이 와서 오지 않고
곡하고 절하고 돈 내고 술 먹고
엄숙한 사람들만 있었다면 어쩔 뻔했나
한쪽에 둘러앉아 어깨 운동하고 돈 땄다고
숨은 마음이 벌렁벌렁 한삼춤을 추고
구석에는 술 취해 노래 부르다 창을 하다 하는
놈팡이 한 놈 없었다면
어쩔 뻔했나
정하선시집(가볍고 경쾌하게) 시산맥
ai 시 해설과 번역
정하선 시인의 시 **<쉼터>**는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장례식장이라는 구체적인 공간을 통해 그려내면서도, 그 안에서 교차하는 인간사의 희로애락을 따뜻하고도 해학적인 시선으로 포착한 작품입니다.
Note: 시에서 언급된 **'어깨 운동'**은 장례식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화투 놀이를 해학적으로 표현한 것이며, **'놈팡이'**는 격식을 차리지 않는 자유로운 영혼을 정겹게 표현한 단어입니다.
## 작품 해설: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왁자지껄한 안식’
이 시의 제목인 **'쉼터'**는 역설적입니다. 고인에게는 이승의 수고를 덜고 쉬는 공간이지만, 남겨진 이들에게는 삶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나는 복합적인 공간입니다.
익숙하지만 낯선 길: 시의 도입부에서 "내비게이션이 없어도 저절로 가는 길"은 우리가 언젠가 반드시 마주해야 할 '죽음' 혹은 '이별'의 길을 의미합니다. 주소를 검색하듯 더듬거리는 행위는 죽음 앞에서 느끼는 인간의 본능적인 당혹감을 나타냅니다.
다양한 조문객의 풍경: 시인은 장례식장에 모인 사람들을 관찰합니다. 정중하게 예를 갖추는 이들부터 술만 마시는 사람, 오지 못해 부조금만 보내는 사람까지, 각양각색의 모습은 인생의 다양한 단면을 보여줍니다.
해학과 생명력: 시의 백미는 후반부입니다. 엄숙함만이 가득한 장례식장이 아니라, 한쪽에서 화투(어깨 운동)를 치며 돈을 따서 신이 난 사람, 술에 취해 노래하는 '놈팡이'의 존재를 긍정합니다.
만약 이들이 없었다면 죽음의 무게는 너무나도 무거웠을 것입니다. 시인은 이러한 '불경해 보이는 소란함'이야말로 죽음이라는 허무를 견디게 하는 강인한 삶의 생명력이라고 역설합니다.
## 영문 번역 (English Translation)
Resting Place
By Jung Ha-sun
It is a road taken naturally
Even without navigation,
Yet as if searching for an address,
I falter for a moment.
One person comes to lay flowers and light incense,
One person comes to wail and bow,
One person comes only to bow,
One person comes to greet the chief mourner,
One person comes only to drink and leave,
One person does not come but sends money,
One person comes but does not truly arrive.
Wailing, bowing, paying, and drinking—
What if there were only solemn people?
In one corner, sitting around, "exercising shoulders" and winning money,
Hidden hearts thumping, dancing the Hansam dance;
In another corner, a drunkard singing and chanting traditional songs—
If there weren't such a "scoundrel" around,
Whatever would we have done?
## 불어 번역 (French Translation)
Lieu de Repos
Par Jung Ha-sun
C'est un chemin que l'on prend naturellement
Même sans navigation,
Pourtant, comme si je cherchais une adresse,
Je tâtonne un court instant.
L'un vient déposer des fleurs et brûler de l'encens,
L'un vient se lamenter et s'incliner,
L'un vient seulement pour s'incliner,
L'un vient saluer le maître des funérailles,
L'un vient seulement pour boire et repartir,
L'un ne vient pas mais envoie de l'argent,
L'un vient sans vraiment être présent.
Se lamenter, s'incliner, payer et boire—
Qu'aurait-on fait s'il n'y avait eu que des gens solennels ?
Dans un coin, assis en cercle, faisant "jouer les épaules" et gagnant de l'argent,
Le cœur caché palpitant, dansant la danse Hansam ;
Dans un autre coin, un vaurien ivre chantant et psalmodiant—
S'il n'y avait pas eu un tel "vaurien",
Qu'aurait-on fai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