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지재개발지구에서 정하선죽은 사람 위해서인가산 사람 위해서인가떡갈나무 뜰 삼아 편히 쉬나 했더니비좁은 땅에 가난하게 태어나 죽은 것이살아서도 죄이고 죽어서도 죄인가가난이 자랑은 아니어도가난이 죄일 리는 없단 말모두 헛말이었단 말인가공동묘지 남의 옆자리 비집어 겨우 눕혀진 혼령들어디로 가시라고파들어 가고 있는가정확한 구도를 갖추어 잔디도 말끔히새로이 만들어지고 있는 가족묘지 단지를 위해서 쫓겨나야 하는죽어서 쫓겨나면 어디로 가야 하나죽어서도 가난이 죄인가자손이 책임져야 할 돈 800만원그것마저 여의치 못하면 떠날 곳 없어도 떠나야 할모진 운명을 보며포장으로 간신히 뒤쪽만 가려진 간이 술집에서 곧 파헤쳐질 무덤과 마주앉아막걸리 한 바가지 마시다넘기지 못하고 발 밑에 붓는다 정하선시집(재회)월간문학출판부 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