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거지도 재미로 하면 즐거운 일이다
얼마 전 시골에 가서 작은아버님 댁에 들려 식사를 하였다.
식사가 끝나고 같이 간 집사람이 설거지를 하려고 하였다.
사촌 남동생이 설거지를 하겠다고 하면서 집사람이 끼려고 한 고무장갑을 가져갔다.
설거지도 해보면 재미있어요, 하면서 동생은 설거지를 하였다.
예전에는 못 보던 모습이었다. 작은아버님 내외분이 연세가 많으시니 평소에도 동생이 하는 모양이었다.
식사 끝나고 다들 차 마시고 있는데 혼자 부엌에서 설거지를 하고 있으면 결코 즐겁지만은 않을 것이다.
명절 때나 제사 때 힘들다고 하는 며느리의 입장을 우리는 주위에서 자주 듣는다.
예전에는 당연히 해야 할 일로 생각을 하고 살던 시대였으므로 그 보다 더 고된 일을 해도 불평 한 마디 없는 삶이 며느리의 삶이였다.
우리 집도 10대 종손 집으로 일 년에 제사가 여덟 번, 추석과 설, 신곡차례를 합하면 일 년에 제사를 열한 번을 모셔야 했다.
모내기가 절정인 6월 하순과 추수가 한창 때인 십일 월 제사 때는 하루 종일 농사일을 하면서 제사준비를 하고 제사를 모셔야 했다.
며느리는 당연히 해야 할 일로 생각하고 일을 하였고 제사준비에서 뒷날 음식을 나누어 먹고 뒤치다꺼리까지 군말 없이 해내었다.
몸이야 오직 고되고 마음이야 또 오직 쉬고 싶었겠지만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하고 하였기에 큰 불평이 없었으리라 생각한다.
집사람이 몸이 아파서 내가 설거지를 얼마간 해야 하게 되었다.
내가 해보니 설거지가 고되거나 아주 하기 싫은 일은 아니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하고 하여서 그런지 아무 일도 아니었다. 물론 두 식구 그릇이니 힘든 일이 될 수는 없었을 것이지만 그래도 하기 싫다 하고 하면 단 하나라도 힘든 일이 되었을 것이다.
내가 왜 이런 일을 해야 하나, 다들 놀고 있는데 나 혼자 왜 이런 일을 해야 하는가 하는 생각을 한다면 하나 아니라 반쪽이라도 힘이 들것이다.
이왕에 할 것이면 재미있게 하자. 이왕에 할 일이면 미루지 말고 하자. 라고 써 붙여놓은 가훈을 어디선가 본 기억이 난다.
설거지뿐이겠는가 무슨 일이든지 재미로 하면 쉽고 즐겁겠지만 억지로 한다면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힘이 들고 고되고 빨리 지치며 성과도 미약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