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죽나무
때죽나무 밑에서 별을 줍다
때죽나무 밑에 별들이 쏟아져있다.
새벽별들이 쏟아져있다.
밤새도록 이슬 맞고 떨어진 별들이 초롱초롱한 눈을 뜨고 함께 모여서 못 다한 이승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
나는 떨어진 때죽나무꽃을 보면 꼭 별 같다는 생각이 든다.
모양이 우선 별 같이 생겼다.
우리들이 어렸을 적에 종이에 그렸던 별처럼 생겨서다.
아침에 떨어져 있는 꽃을 보면 이슬을 머금은 새벽별 같이 청초함이 보이기 때문이다.
열매는 수류탄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마다 보는 눈과 생각하는 느낌이 다르겠지만 나의 눈에는 그렇게 보인다.
수류탄을 작게 만들어 달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어렸을 적, 남의 집 대밭울타리에 있는 때죽열매를 따다가 짓찧어 물에 풀며 놀던 생각이 난다.
동무들 중 한 명이 어디서 해보았는지 아니면, 어디서 듣고 왔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때죽나무열매를 찧어서 물에 풀면 고기가 죽어서 뜬다고 해서 한 놀이였다.
물위로 고기는 뜨지 않았고 그냥 놀이에 불과했다.
내가 지나다니는 공원길에는 때죽나무와 쪽동백이 나란히 두 그루 서있다.
때죽나무와 쪽동백은 꽃 모양과 꽃 색깔이 비슷하다.
두 나무가 다 꽃이 나뭇가지 밑으로 등처럼 주렁주렁 매달려 피는 것도 같다. 사진을 찍어 사진으로 보면 구분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어쩌면 혼동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잎과 꽃을 관심 깊게 보면 다름을 금방 알 수 있다.
쪽동백은 잎이 크고, 나무 역시 때죽나무보다 더 크다. 열매생김도 확연히 다르다.
쪽동백은 5월 초 중순 꽃이 핀다. 꽃이 떨어져 시들 즈음, 때죽나무는 꽃이 핀다. 5월 중 하순에 피는 것이다.
때죽나무는 꽃이 나무가지에 직접 달려있다. 쪽동백은 꽃대가 나무 밑으로 뻗어있고 꽃대에 꽃이 핀다.
쪽동백꽃의 향이 때죽나무꽃 보다 더 진한 향을 뿜어준다.
쪽동백꽃의 향기는 옛날 옆집에 살던 키가 크고 피부가 좋아서 백설 같으며 눈매가 서글서글하던 중년의 품격 높은 여인이 앞을 스쳐지나갈 때 스며오는 냄새 같다.
때죽나무꽃은 화장을 진하게 하지 않고 스킨이나 로션을 손바닥에 묻혀 살짝 바르고 나온 마을 앞 삼거리 분식집 아주머니의 향내가 느껴진다.
때죽나무 밑에 떨어져있는 꽃 몇 개를 주어 손바닥위에 가만히 얹어놓고 한 참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마치 누군가 한 영혼이 하늘나라로 가서 된 별 같다는 생각이 든다.
손바닥위의 꽃을 조심스럽게 땅에 가만히 내려놓는다.
내가 몇 년 전 쓴 졸시 한편이 생각난다.
때죽나무
별처럼
흰 꽃들이
쏟아져 있네
풀밭 여기저기
수류탄
하나씩을
허리에 차고
전쟁터로 나간
병사는
젊은 병사
별처럼 하얀
꽃들 누워있네.
때죽나무
쪽동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