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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은 못해도

정하선 2014. 8. 20. 15:02

본인은 못해도

 

 

검단의 한 예식장에 다녀오는 길이었다.

버스를 탔다.

자리가 없어 통로에 서있는 사람이 많았다.

내가 내릴 곳까지는 한 삼십 분 정도 타면 된다.

서있다고 크게 불편하거나 걱정할 일은 아니었다.

 

내가 서있는 앞자리에 고등학생정도로 보이는 남학생들이 타고 있었다.

학생들은 서있는 사람은 보지 않았다.

저희들끼리 핸드폰을 보면서 무언가를 열심히 하고 있었다.

 

“ 학생들, 노인이 옆에 서계시는데 자리를 양보해주지 않고 못 본 척 앉아있어요.”

두어 칸 뒷자리에 앉아있던 할머니가 앉아있는 학생들을 향해 조금 큰소리로 말을 하셨다.

학생들이 그 말을 듣고 나에게 자리를 양보를 했다.

“아니 괜찮아요, 그대로 앉아서 가요“ 하고 내가 사양을 하자 다시 그 할머니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어서 앉으세요, 그 것도 교육이에요. 본인은 말할 수 없지만 나처럼 다른 사람은 얘기할 수도 있고 얘기해 주어야 하는 거예요. 그게 아이들을 위해서도 좋은 거예요. 어서 앉아가세요.”

 

나는 얼떨결에 “고맙습니다.“ 하고 자리에 앉았다.

학생들은 통로에 서 있다가 잠시 뒤에 뒷자리가 비자 그 자리에 앉았다.

 

두고두고 그 할머니의 얘기가 머릿속에 자리 잡고 떠나지 않는다.

그렇다, 본인은 말 못해도 다른 사람이 말해주고 일깨워 주어야할 일들이 우리 주위에는 참 많이 있다. 그런 일들이 어른이 해야 할 도리임에도 쉽지가 않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