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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주

정하선 2015. 3. 6. 21:18

    행주

            정하선

 

아내가 외출 전 지어놓은 밥

주방은 빈 탁자 사람은 없어도

끼니는 돌아와 혼자 밥을 먹는다

느끼지 못하고 끼니가 되어서

 

가족들 오지 않고 끼니 돌아와

차리기 싫어 머뭇머뭇 하다가

밥을 먹는다 배가 조금 고파서

입맛도 외출하고 혼자 먹는다

 

아무도 오지 않고 끼니 돌아와

죽지 못해 먹는다 이것도 사는 것이라고

혓속을 파고드는 설익은 모래알맹이

목구멍에 차오르는 알지 못할 것 함께 섞으며

 

밥풀 엉킨 빈 그릇들 설거지통에 널려있고

행주는 거꾸로 널려있다 난생 처음

외출 한 번 못해보고 설거지통에 목매단 채

평생 내 밥그릇 닦아주었을 행주가 보인다